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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3-08-20 11:26
이코노미스트 2013년8월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858  

“맥주의 신세계 보여드리죠” (인터뷰 / 마커스 잉글렛 바이엔슈테판 부사장)

조용탁 이코노미스트 기자


1000년 역사 자랑하는 독일 바이엔슈테판 … 청담동에 직영점 열고 한국 시장 공략
 
독일은 맥주 선진국이다. 500년 넘은 맥주 양조장이 널려 있다. 가장 오래된 곳은 1040년 설립된 ‘바이엔슈테판 바이어리셰 맥주(Bayerische Staatsbrauerei Weihenstephan)’의 양조장이다. 독일 뮌헨에서 북쪽으로 35㎞ 가량 떨어진 소도시 프라이징시에 있다. 6월 30일 한국을 방문한 마커스 잉글렛 바이엔슈테판 부사장은 “바이엔슈테판은 100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최고급 맥주 브랜드”라며 “맥주의 신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맥주 양조장을 보유한 회사입니다. 뮌헨공과대학의 양조학 연구소도 이곳에 있습니다. 세계의 브루마스터들이 바이엔슈테판에서 교육받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효모은행도 운영 중입니다. 글로벌 주류기업이 맥주 제조에 사용하는 효모 대부분이 저희 회사 제품이죠.”

바이엔슈테판은 성 코르비니아노와 12인의 수도사가 725년에 세운 베네딕트 수도원을 기원으로 하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국립맥주회사다. 이곳 수도사들은 가을이면 밀과 보리로 맥주를 만들었다. 고된 수행에 지친 수도자들의 유일한 낙이었다. 수도원 맥주의 명성이 높아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자 1040년 아예 대형 양조장을 만들었다. 수익금은 수도원 운영과 빈민 구제에 썼다. 잉글렛 부사장은 “독일 맥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이엔슈테판이란 이름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바이엔슈테판은 ‘맥주계의 삼페인’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맛의 비결을 묻자 잉글렛 부사장은 “밀과 보리, 물 이외에 다른 첨가물은 없다”며 “오랫동안 쌓아온 경험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재료로 깊은 맛을 내기위해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여기에는 중세 독일에서 벌어진 맥주 경쟁도 한몫했다.

1500년경 독일 바이에른의 맥주 제조사들은 치열한 맛 경쟁을 벌였다. 보리맥주나 밀맥주 맛에 싫증난 주민들은 새로운 맥주를 원했다. 유명 양조장들은 다양한 첨가물을 넣은 맥주를 내놓기 시작했다. 독특한 맛을 앞세운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색 첨가물이 늘었다.

맥주 마스터는 맥주에 삶은 달걀·소쓸개즙·뱀 껍질·백묵가루까지 첨가했다.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맥주였지만 문제가 생겼다. 먹은 사람들이 앓아 누워버린 것이다. 그러자 1516년 바이에른의 군주였던 빌헬름 4세가 나섰다.

그는 ‘앞으로 맥주는 밀·보리·물만 사용해서 만들라’는 칙령을 내렸다. 이후 독일 맥주 회사들은 단순한 재료를 사용해서 더 맛있는 맥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빌헬름 4세의 포고문은 현대 독일 정부의 맥주 제조법 규정에 그대로 남아 있다. 법 규범에는 ‘독일에서 제조하는 맥주는 곡식으로만 만들어야 한다’는 규정이 적혀 있다.

“첨가물을 넣는 회사도 있습니다. 물론 엄격한 검사를 통한 다음이지요. 하지만 전통있는 맥주 양조장은 여전히 첨가물 없이 맥주를 제조합니다. 우리 회사도 첨가물을 넣지 않아요. 공장에서 화학 첨가물을 넣어 맥주를 만드는 기업보다 생산성은 뒤지지만 효모가 살아 있는 맛있는 맥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밀·보리·물 세가지 재료만 사용하며 독일 최고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습니다.”

바이엔슈테판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맥주 평가기관인 월드비어어워드(WBA)에서 꾸준히 최고의 맥주로 평가 받는다. WBA 평점이 좋은 맥주 대부분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다. 생산량이 적어 한국에 수입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잉글렛 부사장은 “바이엔슈테판은 유통망이 잘 돼있어 한국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4년 전 한국에 제품 공급을 시작했고 6월에는 서울 청담동에 직영 맥주펍 ‘써스티 몽크(thirsty Monk)’를 열고 시장공략에 나섰다. 현재 헤페·크리스탈·둔켈·비투스 4종이 수입돼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 마트와 백화점에서 판매된다.

그는 고급 맥주 시장의 미래를 밝게 본다. 매년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전 미국 주요 도시의 주류점을 방문했을때 진열대의 70%가 미국 맥주였지만 올해는 20% 수준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그것도 버드와이저나 밀러 같은 대중적인 맥주는 찾기 어려웠다. 주류 전문점 진열대는 세계 곳곳에서 수입한 다양한 맥주로 가득했다. 한국 맥주 시장도 변하고 있다. 마트나 편의점 진열대에 전시하는 수입맥주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중이다.

시장 파악을 위해 틈틈이 한국을 찾는 잉글렛 부사장은 한국 맥주 문화를 신기하게 생각한다. 맥주에 소주나 위스키를 섞어 마시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 곳이다. 그는 한국 맥주의 맛은 훌륭하지만 종류가 너무 단순하다고 지적했다. 뮌헨에서는 밤새도록 다른 종류의 맥주를 마실 수 있다. 가벼운 맥주에서 무겁게 가거나, 부드러운 맥주부터 텁텁한 맥주까지 원하는 종류를 골라서 마신다.

“1000년 역사를 가진 맥주 종주국이라 가능합니다. 한국은 같은 맥주만 마시거나 다른 술이랑 섞습니다. 세계에는 맛있는 맥주가 많이 있습니다. 마시는 방식에 따라 맥주 맛도 달라집니다. 다양한 맥주 문화가 한국에 소개되길 희망합니다.”

첨가물 없이 밀·보리만 써

맥주를 맛있게 마시기 위해서는 잔이 중요하다. 잔 모양에 따라 맥주 맛이 달라진다. 바이엔슈테판 전용 맥주잔은 가늘고 길다. 국내 일반 호프집에서 사용하는 생맥주잔과 모양이 다르다. 높이 24cm, 지름 10cm 크기의 얇은 유리잔이다. 맥주를 따르는 방법도 다르다. 잔을 45도 정도 비스듬히 잡고 3분의 1정도 찰 때까지 맥주를 흘려 넣는다. 잔을 가볍게 흔들어 효모를 잘 섞이게 해준 다음 다시 부어 넣는다.

잉글렛 부사장은 온도의 중요함도 강조했다. 맥주마다 마시기에 적합한 온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라거 맥주는 4~6도가 좋다. 시원한 맥주가 목을 타고 내려가는 느낌을 즐길 수 있다. 바이엔슈테판은 향이 강한 맥주다. 차가우면 고유의 향을 느끼기 어렵다. “섭씨 8도가 가장 좋습니다. 냉장고에서 꺼내서 바로 먹지 말고 5분만 기다렸다 마시세요. 특유의 향과 맛을 더욱 풍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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